“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고당했어요”

 

장애인일자리박람회에서 장애인 구직자들이 기업체 인사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1. 지체장애인 최아무개(30대)씨는 전자부품 제조회사에서 부품을 조립했다. 장애인 3명, 비장애인 7명이 일하던 회사였다. 비장애인들은 최씨 등 장애인 동료들과 대화는 물론 점심 식사 등도 함께하기를 꺼렸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수시로 하는 그들에게 최씨는 모욕감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 동료들이 불량률이 높다고 사업주에게 건의했고, 최씨를 비롯해 장애인 3명은 해고당했다.

#2. 지체장애인 임아무개(40대 중반)씨는 아파트 청소 일을 했다. 주변에서 장애로 몸이 불편한 그의 행동을 흉내 내고 모욕 주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참으면서 일했지만 용역회사에서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임씨를 해고했다.

#3. 손아무개(40대 후반)씨는 근무 중 사고로 왼쪽 손가락 2개를 쓰지 못하게 됐다(산업재해 6급). 치료를 받고 복직했는데 하는 일이 달라졌다. 산재 전에는 컴퓨터로 공작기계를 다뤘지만, 복직 뒤 페인트칠 업무에 배정됐다. 당연히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거의 날마다 상사로부터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고 뺨을 맞는 등 폭행당하고 폭언에 시달렸다. 근무 부서를 바꿔달라고 수차례 회사에 요구했지만 묵살됐고, 손씨는 결국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

 

상담 신청 99%가 50명 미만 사업장

오래전 일 같지만 이 세 사례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에 최근 몇 년간 접수된 장애인 노동자들의 상담 내용이다. 온갖 장벽을 넘어 취업해도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터에서 장애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거나 임금·승진·교육훈련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들은 결국 해고되거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으로 몰린다. 장애인 고용은 무조건 취업만 시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인 노동자가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회사가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에 접수된 2018년 장애인 노동 상담 사례 424건을 유형별로 나누면 부당 처우와 관련한 상담이 31.1%로 가장 많았다. 임금 체불(18.0%), 부당 해고(15.8%), 실업급여(15.3%), 퇴직금(10.7%) 등이 뒤를 잇는다. 2017년의 경우(420건) 임금 체불 상담이 24.2%로 가장 많았고 부당 처우(22.9%)와 부당 해고(21.2%)가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상담을 신청한 이들의 99.7%(2017년은 97%)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점이다. 피상담자가 일하는 사업장 규모는 직원 20~49명이 40.9%로 가장 많았다. 10~19명(32.6%), 5~9명(15.3%), 5명 미만(10.9%), 50~99명(0.3%) 순이다. 국가 통계에서도 장애인 임금노동자의 68.7%(2018년)는 50명 미만 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8년 상반기 장애인 학대 신고 접수 중 노동력 착취 사례 27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8명이 농장·비닐하우스·축사에서 일했고 나머지는 식당, 청소, 폐기물 처리 일을 했다. 이들은 영세 업체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다.

장애인이 일터에서 부당 처우나 임금 체불 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기서 출발한다. 직원 50명 이상 규모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는 가운데 장애인 노동자와 같이 일하기 위한 편의시설이나 비장애인 노동자들의 인식 개선 등 준비가 부족하고, 노동법령의 감시가 느슨한 소규모 업체에 장애인 고용이 집중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장애인을 채용하려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의뢰해 직무 분석 등을 해야 한다. 조호근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 소장은 “장애 유형에 따라 가능한 직무를 분석해야 하는데 큰 기업도 그렇지만 영세한 기업일수록 이런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뽑아놓고 장애인 직원에게 허드렛일을 맡기고, 동료들과 트러블(문제)이 생겨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전문강사·동영상·위탁교육)을 2018년 5월29일부터 전 사업체에 1년에 한 번 하는 것으로 의무화했지만, 제도 시행 초기라는 이유로 50명 미만 업체는 간이 교육자료 배포·게시로 갈음할 수 있다.

 

 

전문성 있는 전담기관 필요해

“장애인을 고용한 것에 만족하라”는 조직 분위기 속에 장애인 노동자들은 부당 대우나 임금 체불 등을 겪는 일이 잦고, 해고 우려 등으로 자신이 겪는 차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2015년 취업자 521명에게 일대일 면접조사한 결과(장애인 고용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같거나 동일한 일을 함에도 기본급을 비장애인보다 적게 주는 경우가 19%였다. 상여금, 기타 수당에서 차별을 느끼는 경우도 15%였다. 교육훈련에서 조사 대상 60.1%가 차별을 느꼈고, 업무 배치 때 장애에 따른 편의시설·작업설비·작업공간 등 작업환경 배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17.9%였다. 장애와 업무환경을 이유로 장애인을 승진에서 제외하는 경우는 7.6%, 장애를 이유로 해고, 강제로 업무를 그만두도록 하는 경우도 7.5%로 조사됐다. 하지만 장애인 노동자가 장애 차별 구제를 시도한 결과 성공적이었다는 응답은 26.8%에 그쳤다.

조호근 소장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사하거나 해고된 장애인 노동자들은 상당한 후유증을 앓는다. 재취업을 할 때도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에 가게 되는데 또다시 이전 직장에서 겪은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고용률 수치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분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장애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문제는 전문성 있는 전담기관 부족으로 사전 예방보다는 문제 발생 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관할 고용노동청 신고 등을 통해 구제 여부를 다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2018~2022)’을 통해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고충에 전문적 상담을 제공하고 부당 처우와 부당 해고 등 차별을 예방하는 ‘장애인노동지원센터’의 지정과 운영을 추진 중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출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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