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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물 유형 :   잡지
발행국/언어 :   한국 / 한글
주제 :   경영,
발행횟수 :   월간 (연12회)
발행일 :   전월 25일
11월호 정기발송일 :   2020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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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브스코리아 Forbes Korea + 신규독자이벤트(모바일 사은품 4종중택1) (한국판)

발행사

  중앙일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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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연12회)

발행국 /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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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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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의 무역이 바꾼 세계사(5) - 예수의 마구간에서 넷플릭스 킹덤까지, 전염병이 바꾼 세계사   2020년 05월

인류는 수많은 전염병을 겪으며 발전했다. 역대급 파괴력을 보여주는 코로나19 또한 우리에게 큰 변화를 안길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염병이 창궐했던 세계사를 돌아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호엔 감염병 공포에 시달리는 현 상황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준비했다. ‘전염병이 바꾼 세계사’다. 


▎코로나19의 펜데믹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실리콘밸리까지 101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산 위의 고급 주택들이 눈에 띈다. 왜 살기 불편한 높은 지역에 비싼 집을 짓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현지인에게 물었다. 유럽에서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부자들이 페스트를 피해 산 위에 고급 주택을 지었기 때문이란다. 전염병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인류의 역사도 바꾸었다.

미국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 교수는 저서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전염병은 한 사회의 인구구조와 노동조건, 정치적 역학관계를 바꿀 뿐 아니라 지구적인 차원에서 문명의 형성과 전파, 인간의 대규모 이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적었다. 미시적, 거시적 양 측면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잉여 농산물이 생기고 도시가 형성됐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곳간에 비축한 식량·배설물·쓰레기는 쥐·벼룩·병원균과 바이러스의 아지트가 됐다. 위생 관념이 약했던 고대도시들은 전염병에 취약했고 그들은 전염병을 신의 징벌로 받아들였다. 고대에는 전염병이 돌면 마을 전체를 불질러버리기도 했다.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하면서부터 전염병은 인간 역사의 일부분이 됐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인구가 줄거나 대규모 이주를 했고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큰 기근을 맞았다. 인간의 역사를 뒤흔든 수많은 전쟁에서도 전염병이 승패를 좌우했다.

전염병과 제국의 멸망
 


▎아타우알파 황제의 체포 상황을 그린 그림.

예수가 구유에서 태어났던 2000년 전 가나안 땅의 마구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외양간과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 당시 가나안 사람들은 집 안에서 가축과 함께 살았다. 아마 마리아와 요셉은 여행 중에 여관의 주거 공간인 윗층에 자리가 없어 마구간으로 쓰였던 아래층에 가축과 묵다가 예수를 낳고 구유에 뉘었을 것이다.

기원전 8000년 무렵부터 인간은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가축의 질병이 인간에게 전염됐고 비슷한 위도를 따라 이동했던 유라시아 사람들은 이 질병들에 내성이 생겼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혈액형이 모두 O형인 것은 가축화할 만한 대형 포유류가 없어 야생 짐승을 길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수천 년간 가축과 뒤엉켜 살아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축에서 전염되는 천연두, 독감, 홍역과 같은 전염병에 면역력이 생겼다.

1532년 피사로의 스페인 군대 168명이 8만 명에 달하는 잉카 군대를 이기고 황제를 인질로 사로잡아 방 하나가 가득 찰 만큼 황금을 뜯어낸 것은 쇠로 만든 칼과 대포, 말 덕분이기도 하지만 천연두라는 생물무기의 역할이 가장 컸다. 천연두에 면역력이 없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90% 이상 몰살당하고 찬란했던 아즈텍 제국과 잉카제국은 허무하게 멸망하고 말았다. 나중에 원주민들이 다 죽고 일을 시킬 사람이 모자라자 전염병에 강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고 왔다.

유라시아 대륙의 사람들은 소에게서 천연두, 돼지에게서 독감, 개에게서는 홍역이 옮았다. 오랜 시간 세균과의 전투로 구세계 사람들은 면역력이 생겼지만 소·돼지·개·말 같은 대형 포유류가 없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이런 병원체에 면역력이 없었고 유럽인들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피사로보다 14년 먼저 스페인 군대 580명을 데리고 멕시코에 상륙한 코르테스는 3년 후 아즈텍 제국의 테노치티틀란이라는 도시를 공격했고 인구 30만 명 중 15만 명이 천연두로 사망했다.

천연두, 홍역, 페스트 등이 구세계 유럽에서 신세계로 퍼져나간 질병이라면 콜럼버스 일행이 갖고 돌아온 매독은 신세계가 구세계에 보답한 선물이었다. 게다가 매독은 다른 병과 달리 섹스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유럽인에게 ‘하느님이 내린 벌’이라는 공포감까지 안겼다. 당시 유럽에서는 매춘이 크게 성행했기 때문에 매독균은 빠른 속도로 유럽 대륙을 흽쓸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수많은 유럽인이 매독으로 쓰러졌으며 감염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날 때부터 매독 보균자가 됐다. 유럽 의사들은 수은요법으로 매독을 치료했는데, 이는 매독균뿐 아니라 환자까지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치료법이었다.

로마의 멸망 원인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제국 말기의 전염병 창궐이 꼽힌다. 국제화되고 도시화된 로마제국도 전염병에는 취약했다. 역설적이지만 몽골제국과 마찬가지로 제국의 힘이 강해질수록 전염병에는 취약했다. 165~180년 유행한 안토니우스 역병은 아시아와의 무역, 훈족 등을 매개로 전파된 천연두로 보인다. 165년 메소포타미아로 출정을 갔던 로마 군인들이 전염병이 돌아 회군했다. 근동지역에 파견됐던 로마 군인들이 귀국하면서 천연두로 보이는 전염병이 창궐했던 15년간 로마 인구는 유럽에서만 500만 명이 줄어들었다. 이 전염병 때문에 사망한 로마 황제 두 명 중 한 사람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의 이름을 따서 병명을 ‘안토니우스병’이라 붙였다. 251~266년 성 키프리아누스 역병 때는 로마에서만 하루 5000명이 죽기도 했다. 이 같은 전염병의 유행은 로마제국의 사회체계를 무너뜨렸고 동서 로마 분리와 멸망에 영향을 미쳤다. 541~750년 유행했던 유스티아누스 역병은 이집트에서 수입하는 곡물을 통해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로 퍼져나가 하루에 1만 명이 죽고 비잔틴 도시인 40% 이상이 죽었다. 유럽에서는 유스티아누스 역병으로 인구의 절반이 줄었다고 전해진다.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유럽은 중앙집권적 제국의 시대가 끝나고 지방의 영주가 지방자치를 하는 중세 봉건시대로 바뀌게 된다.

실크로드 따라 옮아간 전염병
 


▎1348년 플로렌스의 역병.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온 이야기를 주세페 사바텔리(Giuseppe Sabatelli)가 그렸다.

몽골제국은 14세기 유라시아 대륙을 통합해 관세 3%의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었다. 금 양동이를 진 여인이 몽골제국의 어떤 길을 걸어도 안전했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무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원래 페스트는 중국 서남부 운남지방의 쥐에게서 많이 발생했던 풍토병이었는데 14세기 몽골제국의 실크로드 무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인들을 따라 유럽으로 옮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지역에서 1346~1353년 페스트의 유행이 절정에 달했으며 이 유행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최소 7500만 명, 최대 2억 명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했다.

중국에서 창궐한 페스트는 몽골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삽시간에 전파됐다. 상업으로 먹고살던 몽골제국은쇠망하고 말았다. 또 유럽까지 전파돼 유럽의 인구가 1/3이 줄어버렸다. 쥐가 들끓는 더러운 유럽의 도시,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생활 습관은 페스트가 퍼지는 데 최적의 환경이었다. 죽지도 않은 환자를 생매장했고 가끔 흙을 파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흡혈귀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인구가 확 줄어 농사를 지을 농노가 부족해지자 서유럽은 농노제도가 아닌 ‘자유’ 노동으로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했다. 유럽 귀족들의 농노가 줄면서 부와 권력이 줄어들고 농노들은 영지를 떠나 소작농, 장인 등으로 변신하면서 중세 봉건주의가 무너졌다. 교회가 페스트 퇴치에 실패하자 민심이 떠나고 새로 떠오른 상인계급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르네상스가 일어나며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결국 유럽은 세계의 맹주로 떠오른다. 유럽 대륙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극도로 위험한 장거리 항해를 꺼리던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기 시작해 대항해시대와 유럽의 제국주의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도 있다.

1641년 페스트와 함께 가뭄, 메뚜기 떼가 중국 북부에 들이닥쳤다. 인구의 20~40%가 목숨을 잃는 지역도 있었다. 북부 초원의 유목민들을 매개로 전파된 페스트와 말라리아는 명나라를 허무하게 무너뜨리고 만주의 청나라를 중원의 새 주인으로 만들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전염병과 관련된 기록이 1000건이 넘는다. 조선왕조 500년동안에 전염병이 돌았던 기간이 320년에 달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인구의 절반이 아동기 이전에 사망했는데 40%가 천연두 때문이었다. 통과의례처럼 누구나 걸리는 병이었기에 ‘백세창’이라고 해서 백 살을 먹어도 한 번은 걸린다고 인식했다. 어릴 적 천연두와 홍역을 앓지 않은 사람은 커서 사람 취급을 제대로 안 해줄 정도였다. 필자도 초등학생 때인 1970년대에 어른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디오를 빌려보면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이라고 시작하는 불법비디오 경고문을 보고 나서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호환은 호랑이의 습격, 마마는 천연두를 뜻한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얼굴이 곰보가 된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1970년대만 해도 머리에 ‘이’가 있는 친구가 많았고 집에서 쥐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 당시 초가집은 마당을 한가운데 두고 곡식을 저장하는 곳간과 소와 돼지를 키우는 마구간이 있어 쥐나 이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초가집이 슬레트지붕,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면서 빈대와 쥐벼룩이 사라지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서 머릿니가 사라졌다.

그런데 요즘은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극찬한다. 경제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누군가는 올림픽 10개 정도 치른 효과가 한국에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거의 모든 나라가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충격이 큰, 중국식 강력한 봉쇄정책을 따라 하고 있지만 곧 한국식 방역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괄목상대할 만큼 높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전염병 방역 후진국이었던 한국은 어떻게 불과 몇십 년 만에 세계 최고의 방역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한국은 왜 코로나에 강한가?
 


▎마구간의 구유에서 태어난 예수.

첫 번째 비결은 벼농사와 유교가 가져온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다. 사실 필자는 권위적인 질서를 강요하며 조선후기부터 기득권 세력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쓰였던 유교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유교에 대해 인식을 많이 바꿨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벼 문명으로 형성된 공동체 문화가 동양을 사람들 간의 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며 사회적 연결망이 촘촘하게 연결된 ‘고맥락 사회’로 유도했다고 썼다. 벼농사를 지으면 수리시설 관리 등 집단 협력이 많이 필요해 한반도의 국가들은 유교적이고 중앙집권적인 나라가 되었다. 전 세계 어떤 공항을 가봐도 인천공항처럼 입출국 수속이 빠른 나라가 없다. 필자는 인천공항의 놀라운 효율성과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은 상당부분 유교적 중앙집권적 시스템에서 나왔다고 본다. 벼농사와 유교로 강화된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국가적 자원이 코로나19 방역에 정교하게 배분되면서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 하기 힘든 일사불란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정교한 기록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은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한국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권위적 수직적 질서와 같은 폐해도 있지만 적어도 코로나19 방역에서만큼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해외 언론에서 자주 언급했듯 확진자를 진단하고 추적해서 격리, 치료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공무원들과 의료인들은 최첨단 IT기술을 활용하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비결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질서정연하게 1m씩 떨어져 줄을 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모습, 봉쇄 대신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전 국민이 철저하게 지켜나가면서 확진자 숫자를 줄이는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어렸을 때 ‘우리 조선 사람들은~’, ‘코리안 타임’과 같은 우리 민족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들을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불과 몇십 년 만에 선진적인 시민의식을 갖게 됐을까?

아마 치열한 생존경쟁과 높은 교육열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가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 비행기에서 남한을 내려다보며 가슴이 답답해 한숨을 쉰 적이 많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한반도는 가파른 산등성이를 제외하고 골짜기마다 아파트와 건물들이 가득 들어찬 OECD 최고의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다. 인구밀도가 높으니 생존경쟁이 치열해 교육열이 높다. 교육수준이 높은 우리 민족은 단기간에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를 이뤄냈다. 또 어떤 나라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1972년 당시 1인당 GDP가 300달러를 조금 넘었는데 요즘은 3만 달러가 넘으니 국민소득이 100배나 폭풍 성장했다. 한국인들을 짧은 시간에 새로운 문명인으로 만든 ‘빨리빨리’ 정신은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즘도 한국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것이라기보다는 속도와 실행력에 있다는 것을 자주 본다. 필자는 ‘빨리빨리’ 정신의 원천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목 DNA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한반도는 조선 초기까지 북방초원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우리 문화에도 수많은 초원문화의 유산이 남아 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초원의 문화가 우리 문화 유전자(Meme)에 남아 있어 한국전쟁 이후 격동의 시절에 우리를 빨리빨리 변화시켰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열등감과 서구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인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가지고 서구우월주의로 편향되지 않은 보편적 세계관을 갖게 되길 바란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영국 웨이머스의 흑사병 기념 동판. 흑사병으로 인구의 30~50%가 희생됐다.

코로나19는 77억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으면서 삶과 문명을 크게 흔들어놓을 것이다. 지금의 대봉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봉쇄되어 오가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200년간 인간과 상품의 이동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전염병의 발생 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 2000년대 들어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환경파괴와 더불어 인간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있다. 코로나19도 비행기에 실려 두어 달 만에 전 세계 구석구석에 퍼졌다. 최근의 세계적 전염병들은 여행, 항공기, 이주, 무역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 방역 시스템과 치료제가 발달한 덕분에 대규모 희생자를 내는 전염병의 종류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코로나19도 우리 인간의 삶의 방식과 문명을 크게 바꿀 것이다. 여행업, 항공업, 공연산업, 크루즈산업은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주문량이 폭락하고 있고 발주 취소도 빈번하다.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은 폭락과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공급망 붕괴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퇴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수십 년간 진행돼온 승자 독식의 구도는 더 강해질 것이다. 현금이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은 더 강화되고 독과점은 심해질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L’자형 불황, ‘U’자형 불황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폭락만 있는 ‘I’ 자형 불황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의 앞날은 이제 경제인과 기업인들이 아닌, 의료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세계적 경기침체의 정도는 다른 나라가 한국의 확진자 증가 커브를 따라올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수많은 사람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것이고 또 많은 회사가 코로나19 파고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을 것이다. 이 와중에 마스크나 진단키트를 만드는 회사, 재택근무와 관련된 회사, 온라인 쇼핑회사, 집밥과 관련된 회사들은 이미 코로나19 덕분에 돈을 벌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는 대봉쇄로 인한 최악의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조 달러에 이르는 돈을 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하고 빚으로 간신히 버텨온 세계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언택트(UNTACT) 시장은 폭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딩톡(DingTalk), 위챗 워크(Work), 텐센트 미팅(Meeting) 이용이 급증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쿠팡과 신세계의 SSG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강제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쇼핑을 경험한 수십억 인류의 행동 패턴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마트와 레스토랑에 덜 가고 집에서 밥을 더 먹을 것이고,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사용을 늘릴 것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관심을 독점한 가운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킹덤 2]는 세계적인 히트작이 됐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필자도 극장에 가는 대신 [킹덤 2]를 하루 만에 열두 편을 몰아봤다.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어지자 세계의 신세대들은 화상회의 앱인 ‘줌’으로 온라인 생일파티를 여는가 하면 함께 술을 마시고, 소개팅을 한다. 인류의 새로운 행동 패턴, 언택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속화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줄을 선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 김정웅 대표는… 연세대 금송공학과를 졸업하고, 약 30년간 40여 개국 수백만 마일을 날아다니며 지구촌 구석구석에 수십억 달러를 사고팔아 온 무역 일꾼. 2000년 기업 간 전자상거래회사인 서플러스글로벌을 설립해 반도체 중고장비 분야 세계 1위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2년 발달장애인의 가족을 치유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함께웃는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아 사회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자폐전문 박람회 Austism Expo 조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5년 6월 ‘이달의 무역인상’ 수상, 10월 무역의 날 대통령상 수상, 2018년 9월 Forbes Asia 200대 유망 기업에 서플러스글로벌이 선정됐다. 2015년부터 매년 실크로드 현지답사와 연구를 통해 지난 5000여 년간 실크로드 유목민과 장사꾼들의 흥망성쇠와 인류 무역사를 공부하며, 인류 역사의 추동력을 위대한 영웅과 황제, 선지자들보다는 장사꾼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 




[출처] 포브스코리아 Forbes Korea (한국판)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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