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스마트한 조직과 건강한 조직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경영자의 끊임없는 숙제와도 같다. 전략과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스마트 조직을 구축할 것인가, 구성원의 만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건강한 조직이 될 것인가. 최근 기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이 등장한 애자일(Agile) 조직을 통해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제시해 본다.

미국의 컨설팅기업 더테이블그룹의 창업자인 패트릭 렌시오니는 2012년 저서 ‘조직의 장점(The Advantage)’에서 조직 운영을 위한 기본개념으로 스마트한 조직과 건강한 조직 개념을 비교해 설명했다. 먼저 스마트한 조직이란 조직이 전략, 마케팅 그리고 테크놀로지 수립에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투입해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면 조직 목표와 성과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는 사고에 기초해 조직이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서 건강한 조직은 조직 내 정치와 혼란을 최소화하고 구성원들의 사기와 업무의욕을 진작시킴으로써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우수한 인력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렌시오니는 스마트한 조직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고 조직의 진정한 성공은 건강한 조직이 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있다. 1997년 수많은 가정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들이 파산하거나 도산했던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다루는데 영화는 그것이 스마트 조직을 만드는 데만 급급했던 대기업과 그들을 감독하는 정부 고위 관료의 판단 미스에서 빚어진 예견된 재앙이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늘 우리의 조직은 과연 건강한가.

애자일로 진화하라

 이 네 가지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애자일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업이 애자일 조직으로 진화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오늘날 경영계에 퍼져 있다.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업무를 개시한 이후 올해 기준으로 경쟁사인 티켓몬스터와 위메프의 매출을 앞서고 있으며 기존의 이커머스 선두주자인 11번가, G마켓, 옥션을 제치고 매출액 1위를 기록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쿠팡은 대표적인 애자일 기업으로 판단된다. 우선 고객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하는 ‘서비스 엔드 투 엔드(End-to-end)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애자일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기획자, 사업 담당자, 디자이너, 개발자, 분석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주된 임무는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즉각 인지하고 회사의 서비스에 반영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 팀은 2주마다 세부 목표를 수정하고 애자일 조직 지원을 위한 IT 설계를 민첩하게 조정하거나 변경한다. 애자일 팀의 건의사항은 CEO에게 직보되고 신속히 결재를 받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의 아마존은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면서 지난해 12월 현재 총 119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업종(리테일, 유통망, 제조 등)을 망라하고 있다. 아마존이 다양한 산업의 계층별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그들에게 효익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마존 에코’를 활용한 소비자들의 상품 구입 욕구를 파악해 필요한 상품을 적기에 ‘예측 배송’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은 대표적인 애자일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마트보다 건강, 애자일 조직

렌시오니의 분류에 따르면 애자일 조직이 추구하는 것은 스마트 조직보다는 건강한 조직의 개념에 가깝다. 쿠팡이나 아마존과 같은 애자일 조직에서는 전략, 마케팅, 테크놀로지를 확립한 다음에 그에 맞추어 상품을 개발하거나 유통망을 관리하기보다는 모든 전략, 마케팅, 테크놀로지의 획득과 개발의 방향을 소비자들의 동향과 요구에 거의 시차 없이 맞추고 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조직의 전략을 맡기는 것은 경영의 정당성 확보에는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치열한 시장 경쟁과 신속히 변화하는 환경을 감안하면 수직적 의사결정보다는 조직 내 수평적 소통을 활성화하고 조직의 민첩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쿠팡에서는 결재 단계를 대폭 축소해 경우에 따라 실무팀장이 최고경영자에게만 보고하고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길이 열려 있다. 아마존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현지 점장이 얼마든지 새로운 업무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 조직 개념으로 조직을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는 조직의 시스템 확립보다 직원 개인의 역량과 창의력 발휘, 개인의 직무만족이 더 중요한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는 조직 내 정치 행태와 혼선을 막고 구성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진작시키며 인재들의 이직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 소통이 증가하고 수평적 리더십이 활성화되면 조직의 ‘민첩성(Agility)’이 향상되고 직원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이 개발되며 수평적 조직과 업무공간이 확장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